[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자동차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오랜 역사에 비해 변화의 폭이 적었던 탓이다. 산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은 늘 같았고, 주도권을 쥔 기업이 바뀌는 일도 적었다. 변화는 불필요하거나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바뀌고, 여러 정보통신(IT)기술이 접목되면서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다.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생산부터 판매ㆍ유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중 판매ㆍ유통의 디지털 전환은 판매현황ㆍ시승 프로그램ㆍ대출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데이터화해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영업사원(딜러)과 고객 모두가 알기 쉽게 제공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가 바로 에피카(EPIKARㆍ대표 한보석)다. 2016년 설립된 에피카는 임직원 수가 20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지만, 차별화된 개발 역량을 토대로 업계에선 생소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 자동차 딜러사에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에피카가 유일하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손에 꼽힐 수 있을 정도다. 에피카 임직원의 9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에피카는 자동차 딜러사 업무 일부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디지털 솔루션인 ‘DMS(Dealer Management Solution)’란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기존 수기ㆍ대면작업으로 이뤄졌던 자동차 판매 업무 전반을 디지털ㆍ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예컨대 고객이 딜러사에 차량 시승을 요청한다면, 신청부터 승인ㆍ배정ㆍ관리 등 전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이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 모두를 단축시킬 수 있어 효율적이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이사는 “에피카는 한 마디로 어떤 회사냐고 묻는다면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필요로하는 고객 경험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답할 수 있다”며, “자동차업계는 역사가 깊은 만큼 오래된 관행이 많은데, 이런 관행들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모바일에 적용하면 고객 만족은 물론 자동차업계의 수익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았기에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DMS를 채택한 곳은 BMW코리아, 그리고 BMW코리아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BMW 공식 딜러사들이다. 에피카는 이들에게 DMS 기반 ‘BTS(BMW Test-drive Solution)’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플랫폼은 전국 BMW 전시장 70여곳이 시승 과정 전반을 모바일 서비스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전국 79곳의 BMW AS센터가 입고에서 출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 관리 체계 ‘IWS(Intelligent Workshop System)’도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확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는 게 에피카의 설명이다.
에피카는 차기 행선지로 글로벌 시장을 점찍은 상태다. 대기업 중심의 국내 시장보다는 중소 딜러사가 난립한 미국ㆍ동남아 시장이 에피카의 디지털 솔루션을 제안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은 에피카 솔루션의 효과ㆍ적합도 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매주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한 대표는 “곧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지만, 훗날 검색 및 구매계약부터 매각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판매 전 과정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게 에피카의 목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객사와 최종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 대표는 “자동차 유통시장은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 전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며, “에피카의 솔루션이 자동차 유통시장 혁신에 기여하고, 시장 관계자들의 이익이 증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에피카의 사업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피카 솔루션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