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 사로잡은 이색복지 “우린 집밥 먹어요”
- 에피카 CSO가 손수 차리는 ‘한상 식사’ 화제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최고의 복지’는 뭐니 뭐니 해도 높은 급여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MZ세대를 사로잡는 다른 조건도 있다. 재택근무, 유연출근제, 연차무제한 등등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점심 한 끼 값도 부담스럽기에 구내식당이 있거나 식비를 지원하는 직장도 인기다.
그런데 한 끼가 아닌 아예 푸짐한 집밥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손수 차려주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자동차 판매·유통 디지털전환 기업 에피카(EPIKAR)가 그곳이다.
‘집밥 장 선생’의 사옥내 식당, 주변까지 입소문
에피카의 장영승 CSO는 업계에서 ‘집밥 장 선생’으로 통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직원의 월·목요일 점심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
식단은 간단한 조리식이나 가공 제품이 아니다. 동파육 덮밥, 보양식 굴국밥, 무듬뿍 김치찌개, 시금치 감자 그라탕, 김장김치와 수육, 삼계탕, 동태탕까지 다양하면서도 고품질 메뉴다.
‘집밥 장 선생’은 가능하면 제철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는데, 차린 식단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집밥 장 선생’의 ‘한상 식사’가 주변까지 입소문이 나자 장 CSO는 한 달에 한 번 한번, 에피카 신사옥에 입주한 타 스타트업 직원들도 초대해 점심을 함께하며 친선을 다지고 있다.
에피카 식당의 만점 효과, 식구가 되다
에피카는 지난해 10월 서울 논현동 5층 건물로 사옥을 확장 이전했다. 신 사옥은 설계초기부터 사람들이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1층 식당을 염두에 뒀다.
이유가 있다. 일부 사원의 경우 사옥 이전으로 출근 시간이 많게는 1시간 늘어났다. 안쓰러운 마음에 장 CSO는 “이사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며 에피카 식당은 오픈했다.
에피카 직원 손억수 씨는 “지방 출신이라 자취 중인데 CSO가 만들어 주는 점심 덕분에 뜨끈뜨끈한 엄마 집밥을 매일 먹는 기분”이라고 방싯했다.
또다른 직원 최준홍 씨는 “CSO가 직접 나서 직원들을 위해 주는 모습을 보며 수평적 조직 문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에피카 식당은 가끔 저녁에도 문을 연다. 투자자, 사업파트너, 협력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음식과 술을 나누는 자리다. 장 CSO는 “특별한 저녁 초대라는 느낌 때문인지 손님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집밥 장 선생’이 두 팔을 걷어붙이며 부수적인 효과도 발생했다. 접대비 절감이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는 “지난 넉 달 간 법인카드 사용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을 아끼고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도 심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집밥 장 선생, 알고보면 스타트업계의 구루
장영승 CSO는 아침 7시에 출근한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전날 식사 뒷정리를 하고 당일 점심을 준비한다. 9시부터는 CSO 본연의 업무에 집중한다. 그런데 업무전에 CSO가 식사준비하는 모습을 본 젊은 직원들은 밥을 하거나 설거지를 돕기도 한다. 그야말로 ‘밥을 같이 해먹는 식구(食口)’가 된 것이다.
에피카 식당으로 ‘집밥 장 선생’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장영승 CSO는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구루’로 불리는 전문가다. 1990년 나눔기술을 창업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1세대 벤처창업가다.
이후 도레미레코드 대표, 캔들미디어 대표를 거쳐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산업진흥원(SBA, 현 서울경제진흥원) 대표를 역임했다. SBA를 떠난 뒤에는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2년 간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에피카와 인연이 닿아 지난해 6월부터 에피카의 전략을 책임지는 CSO로 합류했다. 장 CSO는 “새벽부터 나와 요리하는 게 힘들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직원들을 보면 이 일을 멈출 수는 없다. 에피카에서 내 노하우를 아낌없이 베풀고 구성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최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