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대표에서 스타트업 인턴으로 변신해 한국판 '영화 인턴'의 주인공이 됐던 장영승 전 서울산업진흥원(SBA, 현 서울경제진흥원) 대표가 이번엔 스타트업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나섰다.
자동차 판매 유통 과정의 디지털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 에피카는 장영승 전 SBA 대표를 CSO로 영입했다고 8일 밝혔다. 장 CSO는 에피카의 글로벌 진출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략을 책임지게 된다.
장영승 CSO는 1990년 나눔기술을 창업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1세대 벤처창업가다. 이후 도레미레코드 대표이사, 캔들미디어 대표이사를 거쳐 2019년부터 SBA 대표를 맡았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브랜드 '서울메이드(Seoul Made)' 등 수많은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서울메이드는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글로벌 MZ세대를 타깃으로 제품과 공간, 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SBA를 떠난 뒤의 이력도 독특하다. 장 CSO는 몇 달간 자전거 여행을 다녀오더니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업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2년 간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다. 청소와 건물 관리, 제안서 작성 등 실무를 하며 젊은 창업자들의 멘토 역할을 수행했다.
장영승 CSO는 "당시 SBA 퇴임 후 페이스북에 영화 '인턴'처럼 스타트업 인턴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며 "후배 창업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회사에 지원해 2~3번의 인터뷰를 거쳐 인턴으로 채용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는 "삼고초려 끝에 소프트웨어 업계의 구루 중 한 분을 모시게 됐다"며 "장 CSO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피카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장 CSO는 "에피카의 B2B(기업간 거래) 중심인 소프트웨어 사업모델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B2BC(기업 대 기업+기업과 소비자 거래)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며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로 진출해 에피카가 3년 내에 상장할 수 있도록 성장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에피카는 시승과 AS 등 자동차 판매 과정 중에 딜러사가 꼭 필요한 영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솔루션(DMS: Dealer Management Solution)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 업무는 대부분 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일부를 디지털로 전환해 자동차 회사와 딜러사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에피카의 서비스를 도입한 대표적 기업으로는 BMW코리아와 BMW의 공식 딜러 7개사가 있다.